나의 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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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이사 일을 거들고 돈이 좀 생겼다. 구멍 난 신발을 신고 다닌 지 좀 된 터라 동네 시장을 찾았다. 북적거리는 틈을 돌아다니며 가죽신발과 티셔츠를 샀는데, 티셔츠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레이온, 실크, 스판덱스가 소재였다.

대중화장실에서 티셔츠를 입고 지하철을 타고 오는데, 가방 맨 어깨 쪽이 자꾸 신경이 쓰인다. 혹시나 가방끈 때문에 보풀이 생기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참 우습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들어 이렇게 어떤 것 때문에 신경 쓰인 때도 없었다. 나는 요즘 전화도 없고, 그냥 속옷과 잡다한 물건이 든 가방 하나가 지금 가진 전재산이랄까. 가방을 잃어버린다고 해서 많이 속상할 일도 없다. 걱정이라면 오늘 산 실크가 조금 들어간 티셔츠가 당분간 내 걱정거리가 될 것 같다. 없어서 불편한 것보다 있어서 신경 쓰이는 게 좋은 걸까 하는 우스운 생각에 잠시 글을 남긴다.
– 서울역 근처 희망무지개 어린이놀이터에서

*이 글은 시민 인문학 강좌 수강생이 쓴 것입니다.

윤준오(인정복지관 만나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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