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글 – 시작하며 [좌충우돌 우리철학 읽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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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우리철학 읽기 : 첫 번째 글

시작하며

박영미(한철연 회원)

 

1

‘길 위의 우리철학’을 웹진에 연재하고 책으로 출판한 후 뒤를 이어 한국근현대철학을 계속 소개하고자 했던 분과의 계획은 얼마간 연재되다 중단되었다. 오랜 공백에 뭐라도 해보자며 호기롭게 웹진에 글을 쓰겠다고 나섰지만, 곧바로 후회로 바뀌었다. 그렇게 미적거리는 사이에 분과에서는 새로운 책을 기획했고 동시에 글을 시작할 수 있는 힘도 얻게 되었다.

적지 않은 시간 중국근현대철학, 한국근현대철학에 관심을 가졌고 마지못해 일본근현대철학도 기웃거렸다. 이들을 함께 잘 정리해 구성할 정도의 연구를 하지는 못했지만, 그 동안 많은 물음들이 생겨났다. 그래서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는 과정을 거칠더라도 글로 쓰기로 했다. 제목을 ‘좌충우돌 우리철학 읽기’로 정한 것은 그저 생각나는 대로 묻고 어떤 틀에도 얽매임 없이 그 물음의 답을 찾아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하지만 만족할만한 결과가 항상 뒤따라올 것 같지는 않다. 묻기만 하고 답이 없는 무책임한 글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앞으로의 이러한 ‘좌충우돌’도 이해해주시기를 미리 부탁드린다.

 

2

서양의 근대는 분명하게 사유되는데 우리의 근대는 모호하다는 한 사회학자의 고백은 우리 근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대변한다.

“사회과학을 하는 필자에게 서양의 근대는 언제나 뚜렷했고 분명했다. 가령 독일의 노동 계급이 태어났던 1850년대 독일의 사회 경제적 상황과 당시 시민의 삶은 여러 역사 연구를 통해 상상할 수 있다. 미국 역시 토크빌의 여행기나 그 밖의 역사 기록 덕분에 19세기 전반 미국의 사회 상황을 머릿속에서 충분히 재구성할 수 있다. …… 그런데 한국은 근대의 기원과 진화 궤적이 모호하다. 여러 학문 분과에서 한국의 근대를 찾아 힘든 지적 모험을 감행해 왔지만 총체적 모습은 아직 흐릿하다. 어떻게 시작됐는지, 근대의 발전 궤적은 왜 집단적 기획으로 수렴되지 못하고 천지 사방으로 흩어졌는지, 제국주의적 통치는 어떻게 그것을 왜곡했는지를 두고 아직 논쟁이 분분하다.”1

서양의 근대는 물론이고 중국의 근대, 일본의 근대라고 하면 일련의 사건과 상황들 그리고 그에 대한 평가들이 비교적 분명하게 떠오른다. 그런데 우리의 근대에 대해서는 ‘뚜렷하지 않다’고 토로하거나, 우리의 근대를 찾는 것은 ‘힘든 지적 모험’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일까? 처음에는 그 이유가 우리 근대사 자체의 복잡함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다면 서양 중국 일본과 달리 유독 우리의 근대만 복잡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근대의 일련의 사건과 상황들, 그 연관과 평가가 잘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우리의 근대를 잘 정리하고 해석하지 않은 채 외면하고 방치했기 때문이다.(이는 특히 한국근현대사상 및 철학 연구에서 두드러진다)

 

3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우리 근대 읽기가 어려운 것은 근대를 마주하면 다음의 질문들이 뒤엉켜지기 때문이다. 우리 근대에 서양의 근대에서와 같은 주체가 존재했을까? 근대적 주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근대적이라고 평가할 수 없지 않을까? 이는 주로 동학을 연구하며 부딪치는 질문이다. 식민의 경험과 친일(매국)에 대한 분노는 식민통치 이전으로까지 소급되어 일본과의 영향 결탁된 모든 것들이 배제되어야 한다고 한다. 이는 주로 개화파를 연구하며 부딪치는 문제이다. 시대의 변화를 강하게 거부했던 집단은 왜 여전히 근대사의 전면에 자리하고 있을까? 이는 위정척사파에 대한 서술을 볼 때마다 드는 의문이다. 그 어느 것 하나 우리의 근대로 자신 있게 내어놓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정리하고 해석하는 작업은 힘들고 지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선뜻 나서지 못하거나 나섰더라도 좌절하게 되고 결국 외면하게도 된다. 나의 우리 근대 읽기는 존재하지 않는 것은 그대로 인정하고, 과도하게 소급해서 평가하지 않고, 시대를 역행했던 집단은 그에 맞는 역사의 자리에 있게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려 한다. 우리의 근대는 애써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담담히 읽어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우리 근현대의 공간1 : 근현대사 기념관

서울 강북구에 있는 근현대사 기념관은 작은 규모지만 우리 근현대사를 집약해서 전시하고 있다. 4.19 민주묘지에서 가깝고, 주변에 독립운동가의 묘역들이 있다.

 

 


  1. 송호근, 『시민의 탄생』, 민음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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