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시간, 가족 [시가 필요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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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덟 번째 시간, 가족

 

 마리횬

 

오늘 시가 필요한 시간은 가족을 주제로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여러분은 평소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시나요? 얼마 전에 설 연휴도 있어서, 아마 오랜만에 친척들과 부모님들을 뵙고 온 분도 있을 것 같아요. 저도 평소에는 학업에, 직장에 바쁘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가 별로 없지만, 명절이나 연휴만큼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저는 2016년에 친척을 방문하러 호주에 갔다가, 약 2년간 호주 브리즈번에서 머물렀던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느낀 것 가운데 한 가지는, 호주 사람들은 참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거예요. 

호주에서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퇴근시간 이후에 추가로 야근을 하면 추가수당을 받아요.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휴일이나 주말에 근무하면 기존에 받던 시급이나 주급의 몇 배를 추가로 받는 것이 법으로 제도화 되어 있습니다. 언뜻 생각해 볼 때, “기존 시급의 몇 배를 더 준다고 하면, 서로 휴일에 근무하려고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기 쉬울 텐데요, 대부분의 호주 사람들은 돈을 좀 덜 벌더라도 그 일할 시간에 가족들과 함께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을 흔하게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특별히 어린 자녀를 둔 부모의 경우, 아이들의 어린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면서 너무도 당연하게 추가 근무 대신 집에서 아이들과 시간 보내는 것을 선택하더라구요. 호주 사람들에게 차지하는 가족에 대한 부분이 정말 크구나 하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물론 나라마다 복지의 조건과 상황이 다르겠지만, 호주 사람들의 그런 사고방식이 때론 부럽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부모님들도 사실은 결국 가족들을 위해서 야근도 하고, 가족을 위해서 나를 희생하는 것일 텐데, 그 희생이 당연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 그 희생이 가족들에게 잘 전해지지 않을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오늘은 특별히 자녀들을 위해 애쓰고 수고하시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생각나는 시를 각각 한  골라보았습니다. 이 시들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가족들을 좀 더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 보면 어떨까 싶어요.

첫 번째로 소개해드릴 시는 유안진 시인의 시 <배꼽에 손이 갈 때> 입니다. 우리가 알다시피 배꼽은 어머니의 뱃속에 있는 태아와 어머니의 자궁을 연결시켜주는 탯줄이 있던 흔적을 의미합니다. 

 

그 탯줄을 통해서 태아가 어머니로부터 영양분을 받아서 자라나죠. ‘배꼽은 아기가 태어나기 전까지 정말 중요한 역할을 했던 부분이지만, 우리가 태어난 이후로 자라나면서 또한 평소에 살면서는 그다지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신체부위이기도 합니다. 

유안진 시인의 <배꼽에 손이 갈 때>는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요? 기왕이면 배꼽 위에 손을 얹으시고 이 시를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배꼽에 손이 갈 때

                              유안진

 

생각할 게 있으면

가슴에 손을 얹는 이

이마를 짚거나 뒷머리를 긁는 이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는 이

엉덩이를 꼬집는 이도 있지만

나는 배꼽에 손이 간다

 

낯선 이들하고도 아무리 가족호칭으로 불러도

한 가족이 될 수 없고

한 가족끼리도 타인처럼 사니까

진실은 천륜의 그루터기에서 나온다 싶어서

어머니와 이어졌던 흉터만 믿고 싶어서

출생시의 목청은 정직하니까

배꼽의 말은 손으로만 들리니까

 

이만하면 배부르다

이만하면 따뜻하다

너무 생각 말거라

두 손바닥에다 거듭 일러준다

내 손 아닌 어머니의 손이 된다

 

 

유안진 시인의 시 <배꼽에 손이 갈 때들어보았습니다. 제목만 들어서는 무슨 시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지만, 시를 읽고 나니 이 시가 어머니에 관한 시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죠. 

시의 첫 부분에, 생각할 게 있으면 누군가는 가슴에 손을 얹기도 하고, 뒷머리를 긁는 사람도 있는데, 난 배꼽에 손이 간다라고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이 시의 화자는 뭔가 생각할게 있었다는 이야기겠죠. 시의 화자가 생각하고 있는 게 뭘까요? 시를 끝까지 읽고 나면 이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으며, 어떤 상황에 처해있었던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낯선 이들과 가족 호칭으로 불러도 한 가족이 될 수 없다는 말, 한 가족끼리도 타인처럼 산다는 그 말을 한 번 생각해볼까요? 이 시의 화자는 어쩌면 지금 참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도 외국에 나가서 가족들과 떨어져있었던 경험이 있다 보니까 공감이 되는 부분이었어요. 물론 외국에서도 좋은 분들을 만나서 외롭지 않게 가족같이 잘 지냈지만, 정말 결정적인 어느 순간에는 진짜 가족과는 다른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겠죠. 

회사나 학교에서도 거의 친언니나 친동생과 같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터놓고 지내는 좋은 동료들이 분명히 있지만, 그렇더라도 실제 친언니와 친동생과 똑같을 수는 없을 겁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해도 진짜 가족보다는 그래도 뭔가 조심스럽고 약간의 거리는 있을 수 밖에 없어요. 이 시의 화자도 가족들과 떨어져 있으면서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이 시를 읽으면서, 지금 한국의 20-30대 청년들의 모습이 많이 떠올랐습니다. 제 주변에도 취업 때문에 혹은 고시나 진로 때문에 부모님 집을 떠나 홀로 서울이나 지방에 나와있는 친구들이 많은데, 처음에는 독립했다는 설렘이 앞서지만 점점 혼자 지내는 게 쉽지 않고 외로워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아마도 현실의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지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면서 그들보다 성공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에 실망하기도 하는 거겠죠. 그런데 어디에도 그런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데가 없다면, 스스로를 더 외롭게 만들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게 생각이 많아지는 어느 날 밤, 가만히 배에 손을 올려놓고 있는데 어머니의 음성이 들리는 듯 한 거죠. 이 시의 마지막 연에 나오는 말들, 이만하면 배부르다이만하면 따뜻하다너무 생각 말거라’ 라는 말은 아마도 어머니의 말투였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한 번쯤은 이런 기억이 다 있으실 겁니다. 어렸을 적에 배가 아프면 어머니가 엄마 손은 약손!하면서 배꼽 주변을 쓰다듬어 주고, 배를 만져주던 기억. 한 번쯤은 있으실 텐데, 사실 생각해보면 어머니의  자체는 아무 치료제도 아니고 그냥 일 뿐이죠. 하지만 어머니가 엄마 손은 약손!이라고 말하니까, 신기하게 무슨 약을 먹은 것도 아닌데 아팠던 배가 싹 나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머니의 손에 무슨 힘이 있던 것일까요, 아니면 어머니의 말에 어떤 힘이 있던 것일까요? 

 

이만하면 배부르다

이만하면 따뜻하다

너무 생각 말거라

두 손바닥에다 거듭 일러준다

내 손 아닌 어머니의 손이 된다

 

이 시에서 화자는 어머니의 손과 말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있습니다. ‘그만하면 배부르단다그만하면 따뜻하단다라는 어머니의 목소리는, ‘괜찮다라고, 너는 지금도 충분히 괜찮단다라고 위로하고 치유하는 음성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마지막 행에 와서, 배를 쓰다듬고 있는 손이 내 손이 아니라 어머니의 손이 된다는 이 표현에서, 시의 화자는 영원한 내 편인 어머니라는 존재를 통해 현재의 힘듦과 외로움을 견뎌낼 만한 위로를 얻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주변 누구의 말도 진심으로 들리지 않을 때, 어머니라는 존재, 나를 향한 그 어머니의 위로의 말이야말로 정말 진심 어린 격려와 충고가 되겠죠. 

 

어머니의 말이 때로는 잔소리로 들릴 때도 있죠. 사실은 그 모든 말들이 다 나를 위한 말일 텐데, 자녀들은 그걸 쉽게 놓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이 시를 통해 영원한 내 편인 어머니의 존재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오늘 유안진 시인의 시 배꼽에 손이 갈 때와 함께 소개해드릴 곡은 양희은의 엄마가 딸에게라는 곡입니다. 예전에 TV방송에서 악동뮤지션과 양희은씨가 함께 부르면서 유명해졌던 곡인데요, 오늘은 그 곡의 원곡을 가져왔습니다. 우리가 평소에는 몰랐던 엄마의 속마음과 딸의 마음과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 함께 들어보시죠. 

♫ 양희은- 엄마가 딸에게 https://youtu.be/8rWuQI9ljsY

 

 

 

늘 가족을 주제로 소개해 드릴 두 번째 시는 아버지가 생각나는 시를 골라보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버지에 대한 시는 유난히 슬픈 내용의 시가 많이 있더라구요. 어머니에 관한 시도 물론 슬픈 시가 있었지만 그래도 잔잔한 감동이 느껴지는 시들이 많았는데, 아버지에 관한 시들은 유독 슬픈 내용들이어서 소개할지 말지 조금 망설여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 중에 한 편을 여러분과 나누기 위해서 가져왔는데요, 오늘 소개해드릴 시는 이상국 시인의 <혜화역 4번 출구>라는 제목의 시 입니다. 제목만 들어서는 아버지가 연상되지 않는 것 같죠. 저도 처음에 시를 읽을 때는 이 시가 아버지에 대한 시라고는 눈치를 채지 못했어요. 하지만 다 읽은 후에 뭔가 가슴 한 켠에 묵직한 감동이 있었던 시 입니다. 여러분께도 그 감동이 잘 전해졌으면 좋겠네요. 그러면 이상국 시인의 시 <혜화역 4번 출구> 먼저 들어보겠습니다.

 

혜화역 4번 출구 

                               이상국

 

딸애는 침대에서 자고

나는 바닥에서 잔다

그애는 몸을 바꾸자고 하지만

내가 널 어떻게 낳았는데……

그냥 고향 여름 밤나무 그늘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바닥이 편하다

그럴 때 나는 아직 대지의 소작이다

내 조상은 수 백 년이나 소를 길렀는데

그 애는 재벌이 운영하는 대학에서

한국의 대 유럽 경제정책을 공부하거나

일하는 것보다는 부리는 걸 배운다

그애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우는 저를 업고

별하늘 아래서 불러준 노래나

내가 심은 아름드리 은행나무를 알겠는가

그래도 어떤 날은 서울에 눈이 온다고 문자메시지가 온다

그러면 그거 다 애비가 만들어 보낸 거니 그리 알라고 한다

모든 아버지는 촌스럽다

 

나는 그전에 서울 가면 인사동 여관에서 잤다

그러나 지금은 딸애의 원룸에 가 잔다

물론 거저는 아니다 자발적으로

아침에 숙박비 얼마를 낸다

나의 마지막 농사다

그리고 헤어지는 혜화역 4번 출구 앞에서

그 애는 나를 안아 준다 아빠 잘 가

 

네, 이상국 시인의 시 <혜화역 4번 출구> 들어보았습니다. 시의 한 줄 한 줄에서 아버지의 무뚝뚝함이랄까? 그 무뚝뚝함 속에 담긴 진심과 같은 것이 느껴지는 그런 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서 첫 번째로 읽었던 시가 자녀의 입장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다시 기억하는 시였다면, 이 이상국 시인의 시는 아버지 입장에서 자녀를 향하는 사랑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시 속의 아버지도 그렇고, 우리 아버지들은 왜인지 모르지만 다 큰 자녀들에게는 사랑표현을 잘 못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 한 방송에서 개그맨 이경규씨와 당시 대학생이었던 이경규씨의 딸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었는데, 아빠와 딸 모두 대화도 별로 없고 감정표현에 서로 서툰 서먹서먹했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그런데 그 방송에서 자료화면으로 두 부녀의 옛날 모습이 함께 나왔는데, 이경규씨가 3-4살 된 딸을 너무 잘 안아주고, 계속 딸아이와 이야기도 하고 너무 잘 놀아주고, 뽀뽀도 해주는 장면이 있었어요. 지금의 대면 대면한 부녀 사이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굉장히 친밀한 모습이었습니다.

모든 가정이 다 똑같다고는 볼 수 없겠지만, 위 방송에서처럼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음에도 현재는 자녀와 부모님 사이가 다소 서먹한 가정이 적지 않은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우리의 아버지들도 예전에는 우리들에게 감정표현을 잘 하셨을 텐데, 왜 지금은 그렇게 못하실까요? 뿐만 아니라 우리 자녀들도, 어렸을 적에는 부모님께 애교도 부리고 모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다 했던 때가 있었을 텐데, 언제부터 다소 서먹한 사이가 되어버렸을까요? 아마도 자녀들이 크면서 사춘기도 오고, 또 각자 자기만의 활동영역이 생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부모님과 자녀 사이가 멀어졌던 게 아닐까 싶어요. 

 이 시에서도 그런 대목이 나오죠. 세 번째 연에서, 내가 우는 저를 업고 별 하늘 아래서 불러준 노래를 기억이나 하겠는가하는 대목에서, 여전히 변함없이 딸을 사랑하고 있는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겉으로는 표현하지 못해도 마음으로는 옛날처럼 딸아이와 함께하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이겠죠.

 

또한 서울에 눈이 온다고 보낸 딸의 메시지에 그거 다 아빠가 만들어 보낸 거니 그리 알아라라고 답장을 보낸다는 그 대목 역시도, 보고 싶다는 말을 이렇게 돌려서 표현하고 계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죠.

 

그래도 어떤 날은 서울에 눈이 온다고 문자메시지가 온다

그러면 그거 다 애비가 만들어 보낸 거니 그리 알라고 한다

모든 아버지는 촌스럽다

 

 모든 아버지는 촌스럽다.. 이 시를 읽으면서 미처 다 말하지 못한 아버지의 마음 속의 진심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문득 저희 아버지가 생각이 났어요. 저희 아버지도 전화하면 늘 하시는 얘기가 있어요. “뭐하고 있었어? 밥은 먹었고? 피곤하지 않아? 너무 무리하지 말고, 밤에 너무 늦게 자지 말고” 등등, 안부를 묻는 이야기들이 오가고 나면 항상, 잠깐만 있어 봐, 엄마 바꿔줄게 하고 그것으로 아버지와는 통화가 끝납니다. 어머니하고는 기본 30분은 넘게 통화하는데, 아버지와는 늘 약 3분 정도 통화 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조금 더 길어지긴 했는데, 그래도 여전히 잠깐만 기다려봐, 엄마 바꿔줄게로 통화가 끝이 나죠. 어렸을 때는, 하실 말씀도 없으신데 왜 전화 하시는 건가 싶기도 했었어요, 솔직히. 그런데 조금 크고 나니까 그 이유를 알겠더라구요. 

 

별 말씀도 안 하시고, 통화하는 시간도 짧음에도 이렇게 전화를 하시는 것 역시 다 아버지의 사랑의 표현인 것이고, 직접 말하지는 않지만 딸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간접적인 표현이었던 것이죠. 이제는 그걸 다 알고, 제가 먼저 아버지께 전화 드리기도 하고, 아빠와 더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번에 이 글을 준비하면서 어느 인터넷 페이지에서 읽었던 에피소드가 생각이 났어요. 여러분께도 소개해드릴게요. 

한 교수가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질문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질문1]
사랑하는 남녀가 있는데, 여자는 누가 봐도 감탄할 만큼 아름다운 여자였다. 그런데 그녀가 교통사고를 당해 얼굴에 심한 흉터가 생기고 말았다. 남자는 그녀를 예전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은 세 가지 답안 중에 하나를 골라야 했는데요, 

A. 당연히 예전처럼 사랑할 것이다.

B. 사랑하는 마음이 사라질 것이다.

C. 예전처럼 사랑할 수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답을 골랐을까요? 이 [질문1]에 대한 학생들의 답변은, A 10%, B 10%, 그리고 C 80%였습니다. 압도적으로 C가 많았죠. 

 

그리고 두 번째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질문2]
사랑하는 남녀가 있는데, 남자는 사업에 크게 성공한 백만장자였다. 그런데 그의 회사가 파산해 남자는 하루아침에 빈털터리가 되어 버렸다. 여자는 그 남자를 예전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

 

A. 당연히 예전처럼 사랑할 것이다.

B. 사랑하는 마음이 사라질 것이다.

C. 예전처럼 사랑할 수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 두 번째 질문에 대한 결과는, A 30%, B 30% 그리고 C 40%였습니다. 아까 첫 번째 질문보다는 예전처럼 사랑하겠다는 비율이 좀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사랑하는 마음이 사라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대답과 사랑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대답이 많은 것을 알 수 있죠. 

이 두 가지 질문을 마친 교수가 말했습니다. “모두 이 두 남녀를 ‘연인관계’라 생각했나?” 학생들은 그렇습니다.”, 사랑하는 남녀라고 해서 연인관계로만 생각했는데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교수가 잠시 말을 멈추더니 학생들에게 다시 말했습니다. 만약 첫 번째 질문의 남녀가 ‘부녀관계’이고두 번째 질문의 남녀가 ‘모자관계’라면, 어떻게 대답하겠나?” 순간 교실 안이 조용해지고 학생들 생각에 잠겼습니다. 

잠시 후 교수는 앞선 두 질문을 다시 한 번 되물었고, 그러자 이번에는 모든 학생들 전원 ‘A: 당연히 예전처럼 사랑할 것이다. 답변으로 선택하였습니다.

 

이 에피소드는 우리의 가슴에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부모는 자식이 어떤 흉터를 갖게 되든 그 사랑을 포기할 수 없고, 자식이 어떤 실패를 겪더라도 내 자식이기 때문에 끝까지 사랑하는 존재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죠. 

 

어느 인간관계가 이러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줄 수 있을까 싶습니다. 단순히 사랑하는 남녀관계에서는 쉽게 상상할 수 없고, 쉽게 잴 수 없는 깊이와 넓이의 사랑이 부모님에게 넘치게 있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오늘 유난히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나는 날이네요. 오늘 가족을 주제로 함께 했는데요, 이상국 시인의 시 <혜화역 4번출구>와 함께 들려드릴 노래는 홍재목의 당신이 그대가입니다. 이 노래는 사실 남녀간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노래인데요, 저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어요. 시간이 점점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서 다 기억하지 못하고 잊어버리게 되는 추억들, 그 아쉬움과 그리움을 노래한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늘 곁에 계실 것만 같지만, 사실 인간의 삶과 시간, 기억은 유한합니다. 언젠가는 이별하게 될 테고,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받고 있는 이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이 되겠죠. 이 노래 들으시면서 더 늦기 전에 우리 부모님과의 추억들을 되새겨보고, 다시 한 번 그 사랑에 감사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모두 건강 조심하시구요, 저는 2주 후에 다시 찾아올게요. 

 홍재목 – 당신이 그대가 : https://youtu.be/HcjgsIkXcl0 


필자 마리횬

아이폰 팟케스트 <마리횬의 시와 음악공간(2012)>에서 러시아의 시와 노래를 직접 번역하여 소개하는 방송을 진행하였고, 호주 퀸즐랜드주 유일의 한인라디오방송국에서 시를 읽고 생각을 나누는 <시가 필요한 시간(2016-2018)>을 진행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연세대학교에서 노어노문학을 전공하였고, 현재 동대학원에서 러시아 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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