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법 시행과 우리 현실에 대한 릴레이 기고-② 강사법 시행에 관한 단상 [침몰하는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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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민동 강사법관련 구조조정 저지 대자보

※ 위 링크는 고려대학교 민주동우회에서 지난 11월 28일 발표한 대자보 PDF 파일입니다. 메인 이미지 대자보 사진의 내용과 동일합니다. 저작자와 성명단체의 허락을 받아 게재하게 되었음을 알립니다. 게재를 허락한 저작자와 고려대학교 민주동우회에 감사드립니다.

 

 

강사법 시행과 우리 현실에 대한 릴레이 기고-②

 

강사법 시행에 관한 단상

 

박지용(한국철학사상연구회 회원·사업1부장)

 

하나, 대학 내 시간 강사와 강사법

2018년 11월 28일, 7년이나 유예된 강사법이 다시 법사위를 통과했다. 그 다음날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8일, 29일 거의 실시간으로 김영곤 선생님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통과되었습니다.” 이렇게 오랜 진통 끝에 2019년 8월 1일부로 강사법이 시행되게 되었다. 강사법 시행과 관련하여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한 분은 김영곤, 김동애 두 부부 선생님이시다. 전국강사노조는 1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국회 앞 텐트 농성으로 강사법 시행의 필요성과 정당성에 대해 충분한 여론을 형성해 왔다.

김영곤 선생님은 고려대학교에서 오랫동안 전공선택 과목을 가르치다가 2009년 대학 측의 해고통보로 강사직을 잃고 복직 투쟁을 하셨다. 당시 학교 당국은 박사 학위가 없는 시간강사들의 강의를 네 학기로 제한함으로써 ‘비정규직 보호법’을 피하려 했고, 이 결정에 따라 88명의 시간 강사들이 해고되었다. 비정규직 보호법은 2년 넘게 계약직으로 고용된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법적인 취지와 달리 비정규직의 고용 상황을 더 열악하게 만들게 되었다. 김영곤 선생님의 복직 투쟁은 결과적으로 법원에서 패소함으로써 끝났지만, 이 과정에서 사립대학이 공적인 교육기관이 아니라 그저 하나의 기업일 뿐이라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고려대학은 복직 소송에 패소한 김영곤 선생님께 천만 원의 법률비용을 청구했다. 일 년 동안 학교가 지급한 강사료가 천만 원도 안 된다는 사실은 학교 당국이 잘 알고 있다. 통상 기업들이 강고한 노동조합을 무력화하려고 써먹는 수법을 일개 대학 강사에게 적용했다는 사실이 분노를 자아내게 했다. 결과적으로 법원이 학교 당국의 법률비용 청구가 부당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종결되기는 했다.

김영곤 선생님은 고려대학교 본관 앞에서 텐트를 치고 농성해왔지만, 학교의 압력으로 그 텐트는 교양관 앞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강의하러 교양관을 들락날락하면서 항상 그 텐트는 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몇 해 전 첫눈이 왔던 추운 어느 날, 텐트 앞에서 김영곤 선생님과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당시 나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서 복직 판결을 받았고, 선생님은 밝게 웃으시며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셨다. 큰 틀에서 보자면 강사법 투쟁 또한 노동자 권익을 위한 투쟁이었다. 강사법은 국회와 정치인들이 약자를 포용해야 한다는 정의로운 가치에 따라서 시혜적으로 통과된 것이 아니다. 권익을 위한 투쟁은 항상 약자들 스스로 희생과 노력을 요구한다. 강사법 시행에 이르기까지, 권리를 향한 단결 투쟁이 제도 변화를 낳은 가장 큰 동력이었다는 원론적인 관점을 다시 기억해야 한다.

 

둘, 사학 자본의 민낯

자본주의는 노동착취를 통해 이윤을 낳는다. 대기업이 쌓아둔 영업이익이나 사립대학이 쌓아둔 재단적립금의 실체적인 원천은 같다. 노동자들의 착취가 대학과 대기업이 쌓은 이익의 원천이다. 이제 강사법은 방학 중 임금 지급과 4대 보험 지급의 의무를 고용기관인 대학에 부과한다. 그런데 대학 측은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비용을 법으로 강제하다니!’라는 억울함을 피력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대학은 돈이 없다고, 정부에서 지원하지 않으면 다른 대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고 강사들을 협박한다. 이런 사립대학의 뻔한 대응을 예견한 사람들은 법 시행 주체인 사립대학이 각종 대응책을 미리 마련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 목소리는 다시금 강사법 시행의 부당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대학은 예상한 그대로, 비용지출을 최소화할 목적으로 대학 졸업 학점을 대폭 낮추고 강좌를 줄이는 식으로 구조조정 전략회의를 했고 또 현재 진행 중이기도 하다.

사립 유치원장이 정부지원금으로 명품가방을 샀다는 기사가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많은 사립대학들은 재단적립금을 부당하게 주식투자로 돈을 날렸다는 이야기도 나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 사회의 교육정책이 나가야 할 방향은 정치권에서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보다는 공공성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립 유치원보다 국공립 유치원이 더 신뢰도가 높고 안전하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점차적인 공공성 확대를 지향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우리 사회의 다수가 동의하고 있지만, 그 실현과 관련해서는 넘어야 할 난관도 분명하다. 교육의 사회적인 공공성에도 불구하고 사학재단에 대한 구조조정을 정치적으로 결단하는 데에는 정당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 대의 민주주의적 의사결정 구조 안에서 사립 교육기관 대 교육 공공성 사이의 딜레마가 정치적으로 해결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기 힘들다.

국립대학에 대한 예산은 현재 강사 수준을 조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이미 결정되었다. 그러니 국립대학 교수들과 총장들은 사립대학이 구조조정 없이 시행하라고 편하게 말한다. 하지만 사립대학은 정부지원금이 없으면 추가비용을 들일 수 없다고 대응한다. 이 과정에서 한 예로 11월 14일 고려대학교에서 구조조정과 관련한 교무회의 비공개 문서가 언론에 드러났다. 곧바로 강사법 구조조정을 저지하기 위한 공동대책 위원회가 성명서를 발표하고 항의 방문을 단행했다. 나는 내가 가입해 있는 고려대학교 민주동우회에 이 사안과 관련하여 성명서를 발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직접 이해관계 당사자가 아니라도 졸업생들의 입장에서 민주동우회는 모교의 부당한 결정에 반대하여 공동대책위원회와 연대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후 고려대학교는 12월 3일 강사법 관련 구조조정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전면 유보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투쟁 역시 잠정적인 승리일 뿐 정작 강사법 시행을 실행해야 할 시점이 되어서는 어떤 입장 변화가 있을지 주시해야 한다.

김동애 선생님은 한 회의에서 강사법 투쟁을 위해 그 오랜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서정민 열사의 억울한 죽음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 하셨다. 그러니 더욱 강사법으로 인해 다시 극단의 희생자가 생겨서는 안 된다. “해고는 살인이다!”

 

셋, 사립대학은 강사법 시행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벌써 몇 주 전부터 2019년 1학기 강의 시간 배정과 관련해서 선배, 후배, 동료들의 불편한 관계가 시작되었다. A 대학에서는 4대 보험을 다른 곳에서 들고 있는 강사들만을 남기고 정리를 했다고 한다. B 대학에서는 한 강좌만 하던 강사들은 정리했다고 한다. C 대학은 교양과목의 강사들을 모두 정리했다고 한다. 이 모두 정리해고 되는 경우들이다. 해고 통지를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듯이 감정의 변화들을 감내하는 것이 무엇보다 힘들다. ‘그래, 이게 현실이라면 화가 나도 받아들여야지. 달리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하지만 장기화된 해고 상태가 개선되지 않은 채 지속하면 어떤 불행한 사태들이 나타날지 모두 알고 있다. 시간강사들의 열악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가 더 심각한 상황을 낳아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그 불안한 징후는 벌써 현실에서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박사 학위를 눈앞에 둔 학문 후속세대들의 위기가 더 크게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이 불안정성을 해결하기 위한 세심한 대책이 더욱 필요하다.

강사법 시행을 위한 정부 예산안이 국립대와 사립대에 불균형적으로 배정되어 사립대의 대량 해고를 막아낼 수 없는 현시점에서, 강사노조 단체들은 다시금 사립대학의 구조조정에 맞서 전체 시간강사들의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실천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2019년 8월 1일부로 시행되는 강사법에서 시간강사들의 전체 규모가 현저히 낮아지지 않도록 교육부에 사립대학 지원과 관련한 명확한 지침을 요구해야 한다. 가령 교육부가 전면에 나서서 구조조정의 실행 여부와 그 규모에 따라서 대학이 불이익을 당하게 될 것을 분명히 해 두어야 한다. 교육부는 눈앞의 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을 실행한 학교들을 전수조사하고 철회를 분명히 강제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단 한 푼의 지원금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2018년 12월 14일.


☞ 2019년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우리사회와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과 문제들을 드러내어 그 핵심이 무엇인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우리에게 자문하고 대답을 듣기 위한 취지에서 릴레이 기고를 기획했습니다. 앞으로 차근차근 기고문을 게재할 예정입니다. 다양하고 많은 얘기가 나오길 기대합니다.

  1. 강사법 시행과 우리 현실에 대한 릴레이 기고-① ‘몫이 없던 자들’의 외침이 대학가에도 울려 퍼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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