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통일인문학, 인문학으로 분단의 장벽을 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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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통일인문학, 인문학으로 분단의 장벽을 넘다

 

 

최종덕(상지대, 철학)

 

지나온 70년 동안 통일에 대한 이야기는 수없이 회자되어 왔지만 일관된 통일정책을 얻어낸 적이 없었다. 그 이유는 통일을 경제적 이해관계로만 간주했었거나 정치권력의 유지수단으로 보았거나 혹은 미국, 러시아(혹은 구소련), 중국과 일본 사이의 역학관계의 도구적 담론에 그쳐왔기 때문이다. 통일 논의는 이제 좀 더 근원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결과로서의 통일 혹은 반도의 단순한 지형적 통일이 아니라 과정으로서의 통일 혹은 사람의 통일이 우선이라는 인문학적 주장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런 이야기를 담아낸 한 권의 책이 새로 출판되었다. 그것은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에서 낸 <통일인문학, 인문학으로 분단의 장벽을 넘다>(알렙, 2015년 2월)라는 책이다.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씀   알렙, 2015.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씀
<통일인문학, 인문학으로 분단의 장벽을 넘다> 알렙, 2015.

 

이 책은 통일을 위하여 정치권력구조보다 인간다움을 찾는 사람의 통일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한다. 이 책은 이러한 인문학적 시도를 <통일인문학>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통일인문학을 ‘소통’과 ‘치유’ 그리고 ‘통합’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압축하고 있다. 서평자는 이 책에서 말하는 ‘소통-치유-통합’의 통일인문학을 아래처럼 정리해 보았다.

첫째, 통일인문학은 인간의 삶의 방식에 대한 근원적 성찰에 기반을 둔 통일 패러다임이다.
둘째, 통일인문학은 남북한 주민 모두 더 나은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확장하는 데 있다.
셋째, 통일인문학은 자유, 평등, 인권, 민주, 생태와 같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한다.
넷째, 통일인문학은 분단구조의 문제를 극복하여 남북사회를 조화롭게 변하게 하려는 과정이다.
결국, 통일인문학은 이질적 남북 사이에 소통을 통하여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민족공동체의 통합을 지향한다.

통일을 위하여 우리는 정치권력의 무모함을 낳을 수 있는 국가중심주의에 빠지지 않고, 배타적 소집단주의의 횡포를 낳을 수 있는 민족중심주의에도 빠지지 않는 이념의 중용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이념의 중용이 권력관계의 질곡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국내외 정책보다 오히려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조건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다양성의 통일기준을 살려야 한다는 이 책의 입장은 매우 중요한 통일 시선이다. 그래서 강만길의 분단시대론이나 백낙청의 분단체제론, 송두율의 통일철학에서부터 경제우선론이나 탈분단주의와 평화우선론의 통일정책, 나아가 시민참여가 무슨 의미를 갖는지 잘 설명해주고 있다.(책, 33-61)

통일은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인 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서평자에게 매우 중요하게 읽혀졌다. 분단극복은 세계사적 과제이며, 마음의 장벽을 무너트려야 가능하다는 이 책의 논거들은 우리가 되새겨야 할 내용들이다. ‘종북’과 같은 무시무시한 말들이 횡행하는 이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들은 심각한 마음의 질병을 앓고 있다. 이런 마음의 병을 고쳐야만 긍극적인 통일이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서평자는 독일 통일과 구소련 해체가 이뤄졌던 1990년 전후 독일에서 오래 살았기에, 화려한 정책보다 상처받은 주민들 사이의 마음을 치유하고 타자와 공존하는 길이 더 중요하고, 더 경제적이며, 더 실질적이고 더 역사적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통일에 대한 새로운 조망을 나에게 던져주었다.

소통과 치유는 결국 내 안의 타자와 진심어린 대화를 얼마나 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그래서 이 책은 이질성과 동일성에 대한 철학적 분석을 소상히 해주고 있다. 통일정책을 하는 정치권력자들이 ‘이질성-동일성’ 논의에 관심도 두지 않을 터이지만, 타자를 끝까지 배척하는 습성을 버림으로써 통일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우리를 우리 안에 가둬놓고 있는 폭력성과 권력의식, 증오와 분노의 병증을 치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한다. 통합을 위해 소통은 필수적이다. 남을 배척하고 증오하고, 나를 내세우고 나만을 인정해달라고만 떼를 쓴다면 소통은 불가능할 것이 너무 뻔할 뿐더러, 통합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소통-치유-통합의 통일인문학 중에서도 치유의 힘을 가장 중시하고 있다.

분단을 고착화하는 내부의 마음에 해당하는 분단 아비투스에서 벗어나는 일이 가장 급선무라고 말한다. 그래야만 우리 안에 숨겨진 분단 트라우마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책, 79) 내 안의 타자와 공존하는 길은 자신의 마음의 문을 여는 데서 시작한다고 했다.(책, 125) 나는 어떻게 해야 마음의 문을 열어서 통일에 다가갈 수 있는지 그 구체적인 길을 이 책에서 찾아보았다. 속 시원한 한 마디의 정답은 없었다. 그런 정답을 찾으려는 내 심보가 바로 우리 내부에서 소통을 가로막는 것이었음을 깨닫게 해 준 것이 바로 이 책의 진정한 의미였다. 통일은 결과가 아니며 한 방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다 아는 일이지만 독도 문제가 해결 안 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우리 내부에 친일의 권력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친일의 집단은 그동안 소리를 숨죽여 오다가 최근 들어 노골적으로 그들의 세력을 과시하고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이런 사연은 통일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즉 누구나 통일 원하는 듯해도 통일이 안 되는 진짜 이유는 아마 우리 내부에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내부를 비판하고 반성하여 통일운동을 실천하는 성찰적 인문학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필요성을 이 책 <통일인문학>이 대신 말해주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도록 추천한다. 특히 통일 관련한 정책권과 정치권 사람들이 쌓여있는 하나의 보고서 파일을 훑어보는 태도가 아니라 조용한 시간 내어 차분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면 신나는 미래의 한반도를 구상할 수 있을 것으로 서평자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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